2020/09/25

수오록(守吾錄)이란 무엇인가?

수오(守吾)란 곧 자아를 지킨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접한 정약용의 "수오재기"는 한마디로 인생에 필요 불가결한 수필이다. 남녀노소 누가 읽든 큰 소득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보물과도 같은 글이다. 당시 깊은 감명을 받은 난 '수오'란 개념을 반드시 나의 것으로 체화하리라 다짐했다.

기회는 머지않아 찾아왔다. 정신 병동에 입원했던 2011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불안정한 시기였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 스스로를 영영 잃게 될까 염려에 빠진 나는 아예 하루 24시간 벌어지는 일상 전부를 기록해 오(吾)가 날 떠날래야 떠날 수 없게끔 강제했다. 그것이 수오록의 시작이었다.

물론 오(吾)란 것은 기회만 생기면 저 멀리 달아나 버리는 천성을 지닌 터라, 퇴원한 이후 삶의 통제력을 서서히 잃어가며 수오록을 기록하는 습관도 어느새 증발해 버렸다.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그렇게 덧없이 흘러갔다.

망가진 내 인생을 재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 블로그를 개설했고 수오록 작성 또한 재개했다. 다만 수오록의 모든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이유는 노출증의 은밀한 쾌감 때문이 아니라 나의 사적인 생활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공적인 생활로 전환시켜 거기에서 발생하는 책임감을 추진력으로 삼기 위함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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