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2

Consumer's Journal #4: 2021/04

스터디 카페의 시대가 열렸다. 어디 여기서 얼마만큼 내 정신을 쥐어짜낼 수 있는지 보자 . . .

====================

이 달에 접한 음악

1. [VA] - How the River Ganges Flows: Sublime Masterpieces of Indian Violin 1933-1952 [Third Man/Long Gone Sound Productions, 2020]

이따금씩 난 새롭고 신선한 통찰을 얻게 되길 기대하며 이런 종류의 음반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매번 발생하는 일은 자질구레한 키치만 배불리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B+

2. Wynton Marsalis - J Mood [Columbia, 1985]

내 사부 Christgau님의 리뷰는 윈턴 마살리스라는 아티스트와 그의 준수한 앨범에 관해 내가 관찰 및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면모를 다 망라할 뿐 아니라 덤까지 얹어 준다. 내가 저 글의 절반어치만이라도 적을 능력이 된다면 정말 만족스러울 텐데. ~B+

3. Cecil Taylor - Silent Tongues [Arista/Freedom, 1974]

극도로 양극화된 아방가르드 재즈 음악의 전형적인 표본. 제아무리 재즈에 문외한이라도 최소한 귀가 달려 있다면 세실 테일러가 이 라이브 앨범에서 뭔가 입이 떡 벌어지는 것을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엔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음악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대개는 멀찍이 물러선 채 우러러보다가, 음악이 끝나면 앨범을 어디 구석에 조심스레 치워놓고, 어지간하면 다시 꺼내 듣진 않는 그런 길을 걷지 않을까 싶다 . . . 이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론 세실 테일러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노트를 너무, 너어어무 많이 연주한다. ~B+

4. [VA] - Sounds of the Eighties: 1989 [Time Life Music, 1995]

어처구니없는 MOR 컴필레이션. ~B+

5. John Lennon - John Lennon/Plastic Ono Band (Deluxe Edition) [Apple/Capitol, 2021]

보통 이런 종류의 비대한 미끼 상품은 무시하는 게 지당하지만, 앨범이 팝 음악에서 으뜸가는 천재가 본인이 펼치고자 한 뜻을 가장 완전하게 실현시킨 둘도 없는 걸작인지라 속는 셈 치고 디스크 8장을 독파했다. 결론? 건진 것은 적고, 후회는 막심하다. ~B+

6. The Who - The Who Sell Out (Super Deluxe Edition) [Geffen/Universal, 2021]

보통 이런 종류의 비대한 미끼 품은 무시하는 게 지당하지만, 앨범이 60년대를 대표하는 락 밴드가 자신들이 펼치고자 한 뜻을 가장 완전하게 실현시킨 둘도 없는 걸작인지라 속는 셈 치고 디스크 5장을 독파했다. 결론? 건진 것은 적고, 후회는 막심하다. ~B+

7. Dexys Midnight Runners - Searching for the Young Soul Rebels [EMI, 1980]

이 앨범의 시큼씁쓸한 음악은 고의적으로 추한 게 아니다--아무 가식도 꾸밈도 없이 그냥 추한 것. 때문에 이 음악이 내포한 아이러니의 순수함은 어느 선까지는 매력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내가 진정으로 묻고 싶은 건 이들이 대체 무엇에 반역(rebel)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이다. ~B+

8. Paul Bley - Live at the Hillcrest Club 1958 [Inner City, 1976]

31분간 격정적으로 펼쳐지는 오넷 콜먼 쿼텟 (+피아니스트 폴 블레이)의 역사적인 쇼케이스. 후일 재발매된 66분짜리 완전판은 피하는 게 맞는 것 같다--썩 나쁘진 않지만, 청자의 즐거움을 불가피하게 희석시키기 때문에 . . . A

9. Randy Newman - Randy Newman [Reprise, 1968]

'랜디 뉴먼'이란 이름은 어린 것들에겐 토이 스토리 주제가 부른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만, 실은 미국이 낳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어째서 그 이름이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냐면 일단 밥 딜런처럼 가수로서의 역량은 그저 그런 데다가 그의 풍자적인 작곡 방식이 맥락의 중의적 활용에 워낙 크게 의지하고 있다 보니 영어 이해도가 충분하지 못한 나 같은 외부인에겐 참 까다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치 아방가르드 재즈 뮤지션의 음악에 대한 추상적 접근이 대다수 청자의 납득의 범주를 훌쩍 벗어나는 것처럼. 그래도 가사집을 읽으며 집중해 차근차근 들어 보면 예를 들어 "Love Story (You and Me)"가 어떤 방식으로 일반적인 사랑 노래의 구조를 아주 총명하게 비틀고 도치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난 랜디 뉴먼이란 아티스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A-

10. Randy Newman - Bad Love [DreamWorks, 1999]

중년 남성의 애처로움을 희화화한 "Shame"과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혼한 아내에게 곡 하나 써서 헌정하겠다는 진심 어린 "I Miss You" 두 곡은 랜디 뉴먼 같은 A+급 작곡가의 기준에도 최상급에 속하는 희대의 걸작. 이런 곡을 써 재끼는 사람이 "I’m Dead (But I Don’t Know It)"? 그저 겸양의 수사에 불과하다. A-

11. Randy Newman - Sail Away [Reprise, 1972]

나 같이 눈치가 아주 빠르지 않은 사람이라도 "He Gives Us All His Love"나 "Old Man"이나 "Political Science" 같은 곡에선 랜디의 강점이 도통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도처에 깔려 있는 위트는 언제나 딱딱 들어맞고, "Memo to My Son"은 빵 터지며, "Dayton, Ohio - 1903"의 풍부한 서정성은 그저 사랑스러울 따름. A-


12. [VA] - The Ace Story, Vol. 1 [Ace, 2010]

13. [VA] - The Ace Story, Vol. 2 [Ace, 2010]

14. [VA] - The Ace Story, Vol. 3 [Ace, 2011]

15. [VA] - The Ace Story, Vol. 4 [Ace, 2012]

16. [VA] - The Ace Story, Vol. 5 [Ace, 2012]

컴필레이션을 굳이 듣는 수고를 감수하며 얻은 소득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의 재확인에 불과하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50년대 중후반 뉴올리언스 R&B를 다루는 이 5개의 컴필레이션은 여러 명곡을 담고 있긴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터득한 '이야기'는 휴이 "피아노" 루이스가 이 스타일의 절대적 지배자였다는 것뿐. 그리고 휴이 루이스에 접근하기 위해선 내가 아는 다른 좋은 방법이 훨씬 많다. Choice Cut: Joe Tex: "You Little Baby Face Thing", Mac Rebennack: "Storm Warning", Bobby Marchan: "Rockin' Behind the Iron Curtain", Frankie Lee Sims: "Walking with Frankie", Huey "Piano" Smith: "Educated Fool"

====================

이 달에 접한 영화

====================

이 달에 접한 도서

1. 미시마 유키오 - 가면의 고백 [문학동네, 2009]

"가면의 고백"에 대해선 이미 5년 전쯤 미숙한 감상문을 적은 바 있는데 유실됐다. 비록 그 감상문 내용은 기억하지만 여기에 그걸 반복할 생각은 없다. 딱 하나 반복하고 싶은 건 오늘로서 이 책을 총 4번인가 읽게 된 셈인데도 여전히 날 눈부신 충격에 빠뜨리는 그 경외감. 이번 읽기에서 새롭게 포착한 점은 작품이 실은 얼마나 위태로운 지점에 서 있는지에 대해서이다--당장이라도 허물어져 내릴 듯 아슬아슬한 신경과민 속에서도 시종일관 정교한 외줄타기를 할 수 있는 추진력은 모순과 역설과 허구와 새빨간 거짓말까지도 모두 아우르는 작가의 난공불락한 진솔함이다. A+

2. 이즈미 교카 - 고야산 스님/초롱불 노래 [문학동네, 2010]

내가 읽은 바를 토대로 추론한다면, 이즈미 교카라는 작가는 노스탤지아를 밑천으로 작품을 펼쳐 나가는 부류의 작가이다. 과거에 대한 맹목은 대체로 퇴행으로 치닫기 때문에 경계해야 하지만, 적어도 "고야산 스님"은 풍요로운 어휘와 심상을 통해 기이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꽤 보편적이고 위대한 작품 같다. 하지만 "초롱불 노래"는 필요 이상으로 감상적이고, 필요 이상으로 노스탤지아에 의지하는 느낌--우려했던 대로. ~B+

3. 훌리오 코르타사르 외 - 바벨의 도서관: 아르헨티나 단편집 [바다출판사, 2012]

이지적이고, 인습 타파적이고, 철저히 예측 불가능한 이 아르헨티나 환상문학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마치 우연이나 계시로 적힌 것 같은 무작위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어 더더욱 읽는 즐거움과 놀라움이 배가된다. 이런 장르의 작품을 더 찾아 읽고 싶지만, 거목 보르헤스를 제외하면 국내에 번역본이 얼마나 돌고 있을지 모르겠다. A-

4. 레옹 블루아 - 바벨의 도서관: 불쾌한 이야기 [바다출판사, 2012]

"불쾌한 이야기"가 기묘하다 못해 초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그 퇴폐가 이를테면 조소나 풍자와 같은 모종의 숨겨진 동기 없이 순수히 퇴폐만을 위한 퇴폐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퇴폐'라는 개념 하나만 갖고 "불쾌한 이야기"를 그냥 불쾌하고, 망측하고, 좆같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으로 한정시킬 수는 없다. 나 혼자서는 결코 알아채지 못했을 이 작품의 다른 면모를 서문에서 보르헤스가 매우 잘 설명해 놓았다--"우리 시대는 '검은 유머'라는 표현을 만들어 냈다. 레옹 블루아가 효과적이고 풍부한 말로 검은 유머를 만들어 내기까지 누구도 그것을 해내지 못했다." A-

5. 포송령 - 바벨의 도서관: 요재지이 [바다출판사, 2012]

"요재지이"는 인간 상상력의 보고이며 의심할 여지없이 지극히 보배로운 책이다. 허나 워낙 오래전 세상의 오래전 문화를 다루다 보니 이야기들은 너무 원초적이고 군데군데 뻑뻑하다. 이 점수는 미적 가치에 대한 평가라기보단 개인적인 유용함의 측정치로 보아야 한다. ~B+

6. 조반니 파피니 - 바벨의 도서관: 도망가는 거울 [바다출판사, 2012]

이 책에 수록된 총 10개의 단편 이야기들을 엮는 몇 가지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모두가 자살 내지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고, 모두에 울적한 정서가 흐르지만 결코 거기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진 않으며, 모두가 우수한 단편일 뿐 아니라 몇몇은 최상급에 속한다는 게 그렇다. 또한 모든 이야기들이 죽음을 골똘히 바라보면서도 또한 제각기 드세게 뻗어간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데, 난 여기서 작가가 깊은 사색가라기보다는 죽음과 깊은 사랑에 빠진 정열적인 시인 유형의 인물이었다고 추측한다. 이러한 가정은 작가가 1930년대에 즉시 파시스트로 활동했다는 팩트와도 부합한다. A

7. 앙투안 갈랑 - 바벨의 도서관: 천일야화 [바다출판사, 2012]

서문에서 보르헤스가 지적하듯이, 무한을 향한 "천일야화"의 팽창성은 그 전체를 모두 다 읽는 것을 중요하지 않게 만든다. 때문에 이 단행본이 딱 3편의 단편(각각 180p, 30p, 2p)만 수록하고 있다고 해서 볼멘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 개중 가장 긴 단편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일 것이다. 나머지 두 편은 "천일야화"에 대체로 흐르는 주제 의식을 대변한다. 두서를 잡는 걸 삼가는 대신 번뜩이는 통찰력으로 생각지도 못한 화두를 망라하는 보르헤스 특유의 서문 또한 일품이다. 만드는 데 몇 세기가 걸렸고 수많은 왕국이 공조한 신화적 책에 대한 우수한 입문서라 할 만하다. A

====================

Consumer's Journal Archives (to be worked on)

Essential Albums . . . So Far

Essential Movies . . . So Far

Essential Books . . . So Fa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