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분야에서도 피차일반이지만, 특히 예술에 관한 한 난 지독한 외톨이다. 내가 팔로우 하는 극소수의 외국인 평론가 스승님들 이외엔 어떠한 의견도 구하지 않고, 어떤 커뮤니티도 눈팅 하지 않으며, 그 누구와도 어떤 토론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독재 체제가 내 식견을 협소하게 하여 결국 지엽적이고 배타적인 것으로 오그라뜨릴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소통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식견을 갖춘 사람들과 만나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아탑의 품속에 받아들여지지 못한 게 이럴 때일수록 너무나 한스럽다. 내게 미지의 세계를 일러줄 수 있는 사람들, 내가 질투할 수 있는 두뇌를 갖춘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
● 이 달에 접한 음악 제4편 'Bo Diddley'까지 마친 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어째서 난 자꾸만 '블로깅'이 아닌 '리뷰'를 시도하는 것일까? 내겐 자격이 없다--글 쓰는 기술도 부족하고,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부족하고, 한 땀 한 땀 고통스러운 노력을 쏟아야만 탄생하는 100% 수제 리뷰를 아무런 금전적 보상 없이 올릴 용의도 전혀 없다. 영화나 서적에 대해 적을 땐 이런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받은 인상을 배경 지식과 합해 요약하는 수준의 감상문에서 크게 벗어난 적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독 음악에 대해서는 난 자꾸 주제를 모르고 무게를 잡으며 '평론'을 시도하는 것이다. 때문에 글쓰기는 자꾸만 지체돼서, 실제 접한 음악의 반의 반도 다루지 못하게 됐다. 이는 애초 내가 의도했던 바가 아니니, 앞으로는 이 점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캐주얼하게, 더 캐주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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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접한 음악
1. Howlin' Wolf - Moanin' in the Moonlight [1958, Chess]
A
2. Howlin' Wolf - Howlin' Wolf [1962, Chess]
천지를 쩌렁쩌렁 울린 역대 최고의 하우스락커(houserocker)에겐 마땅히 그의 사이즈에 걸맞는 우람한 컴필레이션이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론 아직도 1991년 출시된 3-disc The Chess Box를 소화시키는 중에 있다. 결정판을 발견할 때까진 이 두 개의 검증된 아이템을 하울링 울프의 위대함의 증거로 갈음하고자 한다. A+
3. [VA] - The Rough Guide to World Music Unplugged [2021, World Music Network]
'World Music'은 준수한 컴필레이션의 전조라기엔 너무 광대한 컨셉이고, 'Unplugged'는 그보다도 훨씬 악질이지만, 그래도 희박한 확률로 보석을 찾길 기대하며 한번 들어 봤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재료를 모두 넣어 만든 요리는 도저히 사람이 먹을 것이 못 된다는 역설이 다시 한번 반짝였다. ~B+
4. Bo Diddley - Bo Diddley [1958, Chess]
나무위키에 독자 문서 하나 없는 게 보 디들리의 처참한 인지도지만, 그 누구라도 보 디들리에 대한 이해 없이 팝 음악에 빠삭하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그냥 협잡꾼에 불과하다. 비록 여기 실린 음악이 이후 수많은 형태로 무수히 재발매되긴 했지만 개중 가장 우수한 선집이라 평가받는 1990년의 45곡짜리 The Chess Box는 확실히 단번에 소화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보 디들리의 리듬 혁명에 아직 낯선 초심자들은 여기를 시작처 삼으면 될 듯싶다. A+
5. Ornette Coleman - Prime Design/Time Design [1986, Caravan of Dreams]
짠! 오넷 콜먼과 그가 표상하는 거의 모든 것의 광팬인 나조차도 이런 앨범이 디스코그라피에 존재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최초 발매 후 다시는 재발매된 적이 없는 터라 구할 길도 없어 딱 하나 존재하는 비공식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나마 가까스로 듣게 됐다. 이렇게 희귀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오넷 콜먼이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의미를 갖는 음악을 발표한 게 한두 차례 벌어진 일은 아니다. 이 극소수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그룹?)의 꽤 유용한 리뷰 글(링크)이 인터넷 저편에 존재한다. ~B+
6. Tabu Ley Rochereau - Dernières Nouveautés [1979, African]
앨범에서 유일하게 기억할 가치가 있는 곡 "Mere Ando"의 핵심 훅(hook)은 폴리리듬(polyrhythm)으로 엮인 후렴구이다. 처음 들은 순간부터 이건 천재적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누구도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Choice Cut: "Mere Ando"
7. Tabu Ley Rochereau - Rochereau, Vol. 4 [1982, Genidia]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태생의 타부 레이는 동향인 프랑코와 더불어 아프리카 팝 음악계의 지존이었고 당연히 필요 이상으로 엄청나게 녹음됐다(아프리카라고 음악 산업 특유의 과잉 생산 시스템이 정상 가동하지 않는 건 아니다). 럼바(rumba)? 수커스(soukous)?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이 음악은 달콤하고 쾌락은 확실하지만, 정해진 공식만 묵묵히 따르지 않는 곡을 집어내는 덴 훈련된 귀가 필요하다. Choice Cut: "Monument"
8. Kohsuke Mine - First [1970, Philips]
세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 감상을 마쳤지만 여전히 거의 어떤 디테일도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러한 무색무취는 결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장점에 가깝다--풀어 말하자면 이 음악은 아이덴티티 정립을 포기한 대신 겸손한 자세로 수수한 서정성을 추구하길 선택한 음악이라는 뜻이니까. 손톱만큼도 관심 없었던 J-Jazz라는 생경한 씬에 대한 첫 경험 치고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B+
9. Jerry Lee Lewis - Milestones [1985, Rhino]
새롭게 접한 음악은 아니지만, Essential Albums 채점 작업을 위해 요놈을 재차 돌려 보고 나서야 이전에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특장점을 파악하게 됐다--들쑥날쑥한 제리 리 루이스의 컨트리 시절을 딱 5곡으로 최대한 간결하고도 유기적으로 요약했다는 것, 매우 신중하게 선택된 alternate takes를 통해서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어 보이던 Sun 레코드 시절 음악도 다시 들어 보기를 강요했다는 것, 그리고 "Who's Gonna Play This Old Piano"와 앨범 최악의 트랙 "Middle Age Crazy"를 마지막에 연결해 배치함으로써 숨겨져 있던 내러티브--꾸밈없는 오만방자함은 제리 리 예술의 주춧돌이며 잠시라도 이에서 벗어나려 시도하는 순간 그의 음악에 깃든 악마적 광신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는 숙명--를 선보였다는 것. A
10. Etoile de Dakar - Absa Gueye [1980, Discafrique]
A+
11. Etoile de Dakar - Volume 1: Absa Gueye [1993, Sterns]
1980년 Absa Gueye와 1993년 Absa Gueye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해 제법 오랫동안 고민해 봤지만, 열심히 들어 본 결과 전자를 조금 더 편들어 주고 싶다. 하지만 두 앨범 다 1979년 10월의 어느 날 세네갈 다카르의 손님 다 빠진 한 나이트클럽에서 생으로 녹음된 음악을 담고 있으며, 장래의 월드 스타이자 당시 갓 스물이었던 유수 은두르를 필두로 음발라흐(mbalax)라는 하나의 장르가 활짝 개화하는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공유한다. A
12. Youssou N'Dour & Etoile de Dakar - The Rough Guide to Youssou N'Dour & Etoile de Dakar [2002, World Music Network]
한편 RC께서 A+라는 엄청난 영예를 하사하신 The Rough Guide to Youssou N'Dour & Etoile de Dakar의 경우 몇 년동안 그 이용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고, 이번 기회에 다시금 몇 번 재생해 본 후 이만큼 시도했으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A-
13. [VA] - Murder in the First Degree: Vintage American Murder Ballads 1925-1949 [2021, The Viper]
편집자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가사 자체는 포인트가 아니고 포인트가 되어서도 안 된다. 어디까지나 가사가 음악의 문맥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핵심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여기 실린 음악 다수는 그냥 먼지 덮인 레코드일 뿐이다. 몇몇 황금 같은 곡들도 있긴 하다--너무나 처절한 "The Muderer's Home", 살인 사건이 터지든 말든 즐기기로 작정한 "Poor Ellen Smith", 스킵 제임스가 생각나는 "Darlin' Cory" 등. 하지만 큰 확신은 없다. 황금이 아니라 황철석일지도 모른다. Choice Cut: Jimpson & Group: "The Murderer's Home", Molly O'Day and the Cumberland Mountain Boys: "Poor Ellen Smith", Burl Ives: "Darlin' Cory"
14. [VA] - Just Can't Get Enough: New Wave Dance Hits of the '80s [1997, Rhino]
전통과 신뢰의 Rhino 레이블 답지 않게 선곡이 영 시원찮은 컴필레이션. DJ가 이런 음악만 틀어댄다면 그 클럽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Choice Cut: Blondie: "Rapture (special disco mix)", Justin: "Think (About It)"
15. Bob Dylan - Nashville Skyline [1969, Columbia]독실한 딜런 팬들 대다수의 의견과는 달리, 내가 제일 사랑하는 밥 딜런 앨범은 바로 이거다. 왜냐하면 내가 더 이상 밥 딜런의 독실한 팬이 아니기 때문이다. A+
16. The Specials - In the Studio [1984, Two-Tone]
배경 이야기는 온통 기진맥진하고 피로에 찌든 듯해 보이는 커버 아트가 넌지시 말하듯 이 앨범이 출시된 해에 이르러선 밴드와 이들이 진두지휘하던 Two-Tone 스카 무브먼트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는 것. 하지만 음악만 들어선 파국에 달한 밴드가 맞는지 눈치채기 힘들다. 최소 3곡은 불멸의 클래식: "Nelson Mandela" (석방할 것), "Racist Friend" (손절할 것), "Bright Lights" (빅 시티). 나머지는 비록 중간에 명료함을 다소 잃긴 해도 형편없는 곡은 없다. 파멸에 대한 이들의 예감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는 팝 음악 역사상 가장 플루크가 심했던 1984년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듣기 적격일 것이다. A-
17. Augustus Pablo - This Is Augustus Pablo [1974, Kaya]아득한 곳에서부터 메아리치는 멜로디카, 무심함으로 덧칠한 향락, 의식과 무의식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전개--이 모든 게 다른 레게 곡에서 뜯어 온 몇몇 요소에다 장난감 악기를 불면서 시작됐다는 건 교훈적이다. 리 "스크래치" 페리야말로 언제나 덥(dub) 음악의 가장 위대한 거장으로 숭배받을 것이고 그거야 지당한 일이지만, 리 페리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기이한 비전을 이렇게 온전히 실현한 앨범을 만들진 못했다. 어거스터스 파블로는 한 다섯 번쯤 성공했지만. A+
18. [VA] - Sweet Inspiration: The Songs of Dan Penn & Spooner Oldham [2011, Ace]
~B+
19. [VA] - Happy Times: The Songs of Dan Penn & Spooner Oldham, Vol. 2 [2020, Ace]
이들 앨범은 이 송라이터들을 유명해지게 만든 대표작들을 무시하고 대신 컬렉터들의 수집욕에 호소하는 희귀 곡, 희귀 커버 버전을 싣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이용 가치가 확 떨어진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들어 본 바로는 이렇게 덜 알려진 곡들 중에 주목할 만한 곡이나 원본을 새롭게 정의하는 리메이크 같은 건 찾을 수 없었다. ~B+
20. [VA] - The Gerry Goffin & Carole King Songbook: Will You Love Me Tomorrow [2017, Soul Jam]
위에 적은 비판은 이 컴필레이션에도 고스란히 다 적용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존재한다--앨범 중간에 슬쩍 The Crystals라는 걸그룹의 "He Hit Me (And It Felt Like a Kiss)"라는 곡을 삽입한 것. 지금껏 수많은 곡을 들어 왔지만 이렇게 아무 사심 없이 불쾌하고 그로테스크한 곡은 처음인 듯싶다. 라이너 노트가 없기에 무슨 의도로 이런 걸 넣어 놨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뭐가 어찌 됐든 창고에 썩게 놔 뒀어야 했다. ~B+
21. Culture - Children of Zion: The High Note Singles Collection [2021, Doctor Bird]extended ad nauseam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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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접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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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접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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