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 카메라에 대한 어떠한 의식이나 겉치레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왔다. 헝클어진 머리나 지저분한 수염에서 알 수 있듯 면도도 샤워도 안 했다. 카메라를 향해 무슨 포즈를 취하거나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약간의 미소조차도 없다. 그냥 정면만 응시하고 있다.
- 그 긴 세월 동안 얼굴에 도움될 짓은 하나도 안 하고 잔혹하게 방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크게 상하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서른에 접어드는 내 나이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망가질 일만 남았지 싶다.
- 유튜브나 스트리밍 사이트 같은 데를 돌아다녀 보면 본인 얼굴 밝히길 이상하리만치 꺼리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Why not? 난 인생의 길을 잘못 든 미련한 인간이지만 적어도 자신만만하다.
- 그래, 인정한다. 나 나르시시스트다. 하지만 나처럼 10년 넘는 세월을 자기 혼자만의 감옥에 갇혀 스스로만 바라봐야 한다면 그 누구라도 나르시시스트가 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난 내 자신을 혐오하는 만큼 내 자신을 사랑한다. 그래서 난 스스로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작업에 여전히 큰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그 작업은 도저히 끝날 기미를 안 보인다--그렇게 수없이 스스로를 해부하고 분석하며 어떻게든 나를 이해하려 노력했음에도 난 아직도 스스로를 아득한 수수께끼와 같다고 느낀다. 머지않아 내 잠재의식 속의 모순 덩어리들은 다시금 서로 충돌하며 날 놀래킬 것이고, 난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엉망진창 개판인 내 머릿속을 헤집으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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